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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러시아 보란듯' 파병군 유족에 허리 숙여[북한은 지금]

훈장 수여에 유자녀 교육까지 언급

사기 저하·민심 이반 막으려는 의도

푸틴과 회담 전 의도적 연출 가능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파병 병사의 유가족들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동원된 가족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된 북한 주민들이 오열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사망한 군인들의 유가족을 위로하는 대규모 보훈행사가 재차 열린 이유는 군의 사기 저하와 민심 이반을 막기 위해서로 풀이된다.

30일 조선중앙통신은 조선인민군 해외작전부대 참전군인들에 대한 제2차 국가표창 수여식이 29일에 열렸다고 보도했다. 지난 22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에 '추모의 벽'을 세우고 전사자 초상 101개에 메달을 수여한 지 일주일여 만에 두 번째 추모 행사가 열린 것이다. 이날 김 위원장은 국빈용 연회장인 평양 목란관으로 유족들을 초청해 인공기로 감싼 전사자들의 초상을 일일이 전달하고 이들과 기념촬영을 했다. 조선중앙TV가 공개한 영정사진은 총 242개다.

'해외군사작전에서 위훈을 세운 군인들'에게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영웅 칭호'과 금별메달, 국기훈장 제1급이 수여됐다. 김 위원장은 “국가표창 수여식에 참석하지 못한 분들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고 그래서 영웅들의 유가족 모두를 다시 이렇게 따로 만나 다소나마 위로해드리고 슬픔과 상실감을 덜어드리고 싶었다”고 재차 행사를 연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귀중한 그들의 생을 지켜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을 안고 유가족들 모두에게 다시 한번 속죄한다"며 "영웅들이 남기고 간 자녀들을 혁명학원들에 보내 내가, 국가가, 우리 군대가 전적으로 맡아 책임적으로 잘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혁명학원은 국가와 사회에 이바지하다가 사망한 ‘혁명가’ 유자녀를 당 간부 후보로 키우기 위한 특수 교육기관이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에는 29일 보훈 행사에 참석한 유가족들의 사진이 여러 장 공개됐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평양시 대성구역에 ‘새별거리’라는 이름으로 참전군인 유족들을 위한 새 거리를 조성할 것이라며, 새별거리 바로 앞 수목원의 명당자리에는 전사자들의 유해를 안치하고 '불멸의 전투위훈 기념비'를 세우겠다고 밝혔다.

1차 국가표창 수여식 당시 포착된 전사자 초상화 수는 총 101개였다. 이날 행사에선 당시 포상하지 못한 전사자 240여명에 대해 차례로 포상한 것으로 보인다. 아직 포상해야 할 전사자가 남은 만큼 3차 국가표창 수여식도 조만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국가정보원이 파악한 전사자 수는 600여 명)이다.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도 이날 참석한 유족들이 오열하는 모습 등이 담겼다. 김 위원장이 상기된 얼굴로 눈시울을 붉히며 유족들에게 깍듯이 허리 굽혀 인사하는 모습도 게재됐다. 조선중앙방송과 조선중앙TV도 이번 행사를 보도했다. 이처럼 북한이 2차 국가표창 수여식을 열어 유족들을 예우하고 보도한 것은 대규모 사상자 발생에 따른 군의 사기 저하와 민심 이반을 차단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김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내달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행사 참석을 계기로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러시아를 위한 희생을 강조함으로써 보다 큰 외교·경제적 보상을 끌어내려는 의도로도 읽힌다. 러시아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정책 보좌관은 30일(현지시간) 브리핑을 통해 전승절 열병식이 진행되는 동안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양자 회담 개최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주희 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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