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제1차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에서 참석자들과 토론하고 있다. 하성용(왼쪽부터) 중부대 교수, 이 대통령, 최경진 가천대 교수,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연합뉴스
“진짜 영상이에요? 진짜 쓰고 있다고? 가짜 영상이 아니고 진짜라고?”
주차로봇이 자유롭게 주차장에서 차량을 이동시켜 주차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본 이재명 대통령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진짜냐”는 말을 반복했다. 빠르게 성장하는 자율주행 산업의 한 장면을 동영상으로 본 이 대통령은 규제 혁신의 필요성을 실감한다는 듯 영상을 본 소감을 말했다.
이 대통령은 15일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제1차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에서 인공지능(AI) 및 자율주행 기업인과 전문가들의 발표와 토론을 경청하며 놀라워하는 동시에 규제 해소의 필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동영상을 재생한 하성용 모빌리티안전학회장은 “진짜 영상”이라며 “국내에서는 (규제) 기준으로 인해 해외에 수출돼 싱가포르 등의 호텔에서 진짜 활용되는 진짜 영상”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과 참석자들은 삼각 편대로 마주 앉아 사회자가 발언권을 주지 않아도 자유 토론을 이어갔다. 이 대통령은 비식별 처리 의무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현했다. 그는 “길을 가면서 찍은 영상을 AI가 인식하고 학습하는데 얼굴을 지워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장은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실증특례를 받아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이 “인권침해 위험이 있나. 이유가 무엇인지를 묻는 것”이라고 재차 질문하자 고 위원장은 “(의무를) 만든 적은 없는데 현장에서 솔루션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규제가 없어도 의례적인 규제가 쌓여 있다는 점을 대화를 통해 확인하기도 했다.
기업인들의 질문이 있으면 이 대통령은 “바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주무 부처 장관들에게 답변을 요구하는 모습도 계속됐다. 자율주행에 앞서 데이터 혁신 전략을 토론하는 자리에서도 이 같은 장면은 자주 나왔다. 전문가와 부처 장관, 대통령실 참모들이 총출동한 자리에서 전문가와 기업인의 질의에 부처는 해결 방법을 집중해서 토론하는 모습은 대규모로 진행됐던 타운홀미팅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데이터 혁신 전략 토론 말미에 고 위원장은 이 대통령의 발언 도중 “말씀을 드려도 되겠냐”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고 위원장은 “가명 정보 (활용과 관련한) 개선 방안을 이달 중에 발표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금융 영역에서 당국이 규정과 관련한 해석을 알리는 제도인 비조치 의견서와 비슷한 개념을 차용해 가명 처리 시 공공기관의 판단이 불안한 경우 공식적인 문서를 통해 책임 추궁을 면할 수 있도록 명문화하는 절차를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훌륭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계획된 2시간의 토론 시간이 훌쩍 지나도 기업 성장 촉진 및 경제 형벌 합리화 토론이 남자 사회자가 이 대통령에게 건의를 하는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사회자는 조금 더 시간을 할애해서 진행해도 되겠냐고 물었고 이 대통령은 “좋다”며 토론을 이어갔다. 이 대통령은 “사회자가 뒤에 눈이 없다”며 발언권을 많이 줄 것을 요청해 좌중이 박장대소하기도 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지낸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생명윤리위원회가 병원별로 구성돼 의료 데이터 제공에 이기주의가 생길 수 있어 국가 단위로 위원회를 승격시켜 학술과 연구용 활용을 높여달라”요청하자 “좋은 생각”이라며 즉각 수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