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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로봇·무인공장 경쟁도 앞선 中…韓은 10년째 제자리

AI 휴머노이드 등 격차 벌리는 중

기계 설비 수출, 212개 품목 1위

韓은 7개 그쳐…1%대 겨우 유지

'한국 제조 2035' 전략 수립 필요

약 20대의 워커 S1들이 생산 라인에 투입돼 작업하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유비테크


‘전 세계의 굴뚝.’

전 세계 제조업 공급망에서 중국은 그동안 최종 조립 공장으로 분류됐다. 최상위 혁신 산업은 미국이 독점하고 자본재나 중간재는 독일·일본·한국 등이 나눠 맡으며 중국은 최종재를 생산해내는 분업 구도가 전 세계 제조업의 기본 구조였기 때문이다. 중국에 대규모 공장을 두고 애플의 아이폰을 조립하는 폭스콘이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미국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이후 급속한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단순히 최종 제품을 조립해내는 수준을 넘어 독일이나 일본처럼 각종 기계 산업에서도 두각을 드러내더니 급기야 전 세계 수출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다.

기계 업종 중에서도 로봇 분야는 이미 중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과시하고 있다. 중국의 최대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제조사인 유비테크로보틱스가 이런 기업이다. 유비테크는 올해 초부터 애플의 위탁 제조사인 대만 폭스콘과 손잡고 아이폰 생산에 필요한 부품 분류, 운송, 접착, 품질 검사, 완제품 정리 작업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투입할 수 있는지 테스트하고 있다. 유비테크는 지난해 산업용 휴머노이드 로봇 ‘워커S’와 ‘워커S1’을 잇달아 출시한 데 이어 올 상반기 신형 모델 ‘워커S2’를 선보일 예정이다. 워커 시리즈는 폭스콘 외에도 비야디(BYD), 폭스바겐, 니오, 지리자동차, SF택배 등 9개 기업의 제조 공장에서 사용되고 있다. 송예지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정부의 적극적인 육성 정책과 자금 지원에 기반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 세계 최대 플라스틱 사출성형기 기업인 ‘하이터그룹’이나 초정밀 공작기계 업체인 ‘다롄공작기계’도 모두 세계적인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기계 산업 기업들이다.

22일 한국기계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은 2009년 전체 상품 교역에서 수출 1위에 올라섰지만 기계 산업의 패권을 쟁취한 것은 10년 뒤인 2019년부터다. 기계 산업은 기술 개발과 시장 진입 시 장기적 안목의 투자와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선진국형 산업의 특성을 지니기 때문에 발생한 시차였다. 2023년 기준 글로벌 기계 산업 시장은 1조 8360억 달러 규모로 최근 5년간 연평균 4.3%씩 꾸준히 성장했다.



중국은 기계 산업에서 격차를 점점 벌려나가고 있다. 오승훈 기계연구원 기계정책센터장의 분석 결과 2008년 57개였던 중국의 기계 산업 수출 점유율 1위 품목은 2023년 212개로 4배 가까이 급증했다. 같은 기간 독일(184개→120개), 미국(53개→36개), 일본(38개→18개)은 중국의 추월을 허용했다. 처음에는 가격경쟁력에서 밀렸다면 어느새 기술력도 따라잡히고 말았다. 오 센터장은 “기업의 생산설비를 구성하는 기계 산업은 기술 장벽이 높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설비로 교체 시 발생할 수 있는 공정상 리스크 탓에 유난히 보수적”이라며 “기계 산업의 기술수명은 13~15년 정도로 추정되는데 반도체, 정보기술(IT) 등 타 산업군과 비교하면 변화의 속도가 느리지만 설계 기반 기술이 많은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무서운 점은 기계 산업의 수출 1위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초격차’를 벌리고 있다는 데 있다. 실제로 중국 기계 산업계의 시선은 이미 인공지능(AI) 그 이후를 노리고 있다. 피지컬 AI가 적용된 휴머노이드가 새로운 전장이다. 오 센터장은 “기계 산업이 스마트화하고 수준이 올라갈수록 스마트팩토리, 에너지 고효율화 같은 첨단 제조 혁신이 가능해진다”며 “기계 산업의 고도화가 제조업의 고도화로 이어짐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가 중국”이라고 말했다.

중국에 밀려 한국의 경쟁력은 점점 뒤처지고 있다. 한때 한국은 중국에 여러 중간재를 수출하면서 막대한 무역흑자를 냈지만 더는 이 같은 교역 방식이 통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의 포커스라이트테크놀로지가 2022년 700억 원에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기업 코원디에스티의 지분을 100% 인수하는 등 뛰어난 기술력의 한국 기업들이 중국의 주된 인수합병(M&A) 타깃이기도 하다. 한국의 수출 1위 품목 수는 2008년 4개에서 2023년 7개로 겨우 전체의 1%대를 넘는 수준이다.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국과 달리 성장세가 지지부진한 한국의 기계 산업 경쟁력을 높이려면 ‘중국 제조 2025’와 같은 중장기적 시각의 전략을 수립해 전폭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승찬 중국경영연구소장은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함께 몰아닥친 ‘1차 차이나 쇼크’에 이은 ‘2차 차이나 쇼크’는 현재 진행 중”이라며 “중국에 대한 과소평가를 멈추고 마지막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한 투자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현욱 기자
ab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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