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31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및 19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일정을 마치고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갈레앙 공군기지에서 귀국하며 공군 1호기 올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남미 순방 기간 미국·일본 정상과 1년 3개월 만에 만나 3각 공조를 굳건히 다지는 한편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시도하며 외교적 운신의 폭을 넓혔다. 또 우방국들과 단일대오를 이뤄 러시아와 북한의 불법 군사 협력 중단을 압박하는 등 글로벌 불확실성에 대비할 수 있는 토대를 쌓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19일(현지 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남미 순방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올랐다. 윤 대통령은 14일부터 페루와 브라질에서 각각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여했다. 윤 대통령은 21일 서울에 도착한다.
윤 대통령은 러북 밀착으로 악화일로를 걷는 한반도 안보의 안전판을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윤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의를 열고 러북 군사 협력을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또 한미일 정상은 지난해 8월 캠프데이비드 정상회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뜻을 서로 확인하며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제도적 협력을 이어나갈 시스템 ‘3국 협력 사무국’을 이날 공식 출범시켰다. 사무국 운영과 사무국장직 수임은 한미일 순서로 2년씩 돌아가며 하기로 했으며, 이에 따라 초대 사무국장은 이원우 외교부 북미국 심의관이 맡게 됐다.
다자회의를 기회 삼아 러북 고립에도 앞장섰다. 윤 대통령은 미국과 일본·영국·남아프리카공화국 등과 연쇄 정상회담을 열고 북한 군대 파병의 불법성을 지적하며 러시아와의 협력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러시아 외무장관이 참석한 G20 정상회의에서는 이른 발언 순서를 활용해 규탄의 목소리를 냈고 이후 일본과 유럽연합(EU)·독일 등 각국 정상의 지지 발언을 이끌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대비해 우리 외교 운동장을 넓힌 것도 이번 순방 성과의 한 축이다. 윤 대통령은 그간 미국을 주축으로 한 자유 진영 연대에 확실히 편입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15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2년 만에 만나 역내 평화 달성을 위한 노력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서비스 분야 협상도 조속히 마무리 짓기로 합의했다. 특히 18일에는 “한국에 있어 미국과 중국 양국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는 아니다”라고도 말했다.
이는 우리 외교의 무게추가 미국 일변도에서 중국 쪽으로 일부 옮겨갈 여지가 있음을 시사하며 중국 측에 손을 내민 것으로 해석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관여를 낮추고 관세 등으로 우리 경제에 부담을 키울 수 있는 미국 신행정부에 대한 협상력을 높이려는 차원에서 모호성을 가진 메시지를 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당분간 한중 관계 개선 흐름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025년 경주 APEC, 2026년 중국 APEC을 계기로 한중 정상이 상대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정재흥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은 “러북 문제에 대해 중국이 한국 측에 동참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말이 아닌 정책적 행동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순방을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의 회동을 추진했으나 최종 불발됐다. 그럼에도 대통령실은 트럼프 당선인과의 조기 회동을 지속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의 무력시위 억제와 보호무역 정책으로 인한 도전적 요소 제거 등 핵심 현안에 대해 우리의 입장을 새 행정부에 전달하고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한다는 대통령실 내부의 공감대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내년 1월 트럼프 2기 출범 전까지 정책 방향의 윤곽이 잡히는 만큼 이해관계 조율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