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개혁이라는 게 욕만 먹고 인기도 잃겠지만 꼭 해야 하는 일이잖아요. 욕먹는 일은 국회가 할 테니 정부가 생각하는 개혁안을 전달하면 좋겠어요. 국민연금법상 개선안을 내야 하는 의무는 정부에 있거든요. 안 내놓는다면 국회가 할 수 있는 것부터라도 하겠습니다.”
22대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을 맡은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1일 국회에서 진행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민주당의 모수 개혁(소득대체율 44%) 제안을 ‘구조 개혁도 해야 한다’며 걷어찼으면 그 이후에 어떻게 할 것인지 안을 가져와야 하지만, 복지위원장이 된 후 공식·비공식으로 요청했지만 지금껏 아무런 답이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위원장은 “구조 개혁 이슈 자체가 워낙 광범위하다.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관계, 퇴직연금과 국민연금의 관계, 국민연금의 투자수익률을 높이는 것 모두 구조 개혁 방안에 들어간다. 전문가들 말로는 수십 가지가 될 수 있다”면서 “(정부에서는) 적어도 이 가운데 무엇부터 먼저 하겠다는 것인지 정도는 알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여당의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제안에도 “그동안 민주당이 제안을 걷어찬 적이 없다. 구조 개혁을 받지 않은 것도, 대안을 가져오지 않은 것도 정부” 라면서 “어떤 구조부터 개혁할지에 따라 소관 상임위원회가 달라지는 만큼 제발 논의부터 시작하자”고 호소했다. 아울러 “정부가 지금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국회가 할 수 있는 모수 개혁부터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권욱 기자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의정 갈등에 대해 “시간이 없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박 위원장은 “내년 초쯤 되면 지방 의료 체계가 회복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며 “목숨이 달려 있는 만큼 정부가 고집만 피워서는 안 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그간 대화 복원을 위해 많은 단체들을 만나서 설득해왔다”며 “대표 노력을 지속하면서 국회 차원의 필수·지역의료 살리기 노력을 함께하겠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라는 표현까지 쓴 저출생 문제와 관련해서는 “불안을 해결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박 위원장은 “한국은행이 내놓은 경제전망보고서를 보면 내가 좋은 직장을 가질 수 있을지, 결혼할 때 필요한 주거를 구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을 잠재우는 약을 충분히 안 썼다고 지적한다”면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부터 수도권 과밀 해소 등 구조 개혁의 문제다. 정치권이 이 악물고 구조 개혁할 각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거에서 부동산 등 외부 요인의 영향을 많이 받는 서울 은평갑에서 내리 3선을 한 박 위원장은 “서울시가 ‘약자와의 동행’을 한다면서 약자를 위해 공공이 해야 할 역할은 대폭 축소됐다”며 “광화문 국기 게양대와 같은 전시성 행정 대신 약자들의 손을 잡아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