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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친기업·신경제' 외치는 이재명…우깜빡이 켜고 좌회전, 괜찮나 [View&Insight]

■與野 대선공약 점검

文정부 비판 속 부동산규제 풀고

'555 공약'선 공공·금융개혁 약속

노동개혁 뺀채 국회 기업만 옥좨

반기업법 대응 없인 '속빈 말잔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2일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10대 그룹 최고경영자(CEO) 토크 ‘넥타이 풀고 이야기합시다’를 마친 뒤 손경식 경총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권욱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중도 확장 정책 행보가 거침없다. 양도소득세 한시 유예에 이어 종합부동산세 완화 및 취득세 부담도 낮추겠다며 부동산 세제 개편에 힘을 주고 있다.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여권이 금기시했던 재개발 규제도 완화하고 그린벨트 해제까지 언급하기에 이르렀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단호하게 ‘실패’로 규정했다.

이뿐 아니다. 경제 대통령에 방점을 두고 신경제 비전을 제시하고 자신의 ‘555 성장 공약(코스피지수 5,000 달성·국민소득 5만 달러·종합국력 세계 5위)’을 위해 공공과 금융 부문의 개혁을 선언했다. 핵심 공약인 국토보유세도 “불신과 오해가 많아 국민 동의를 전제로 추진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보수당 후보의 공약과 발언이라고 해도 손색없는 ‘우클릭’ 행보는 중도 확장을 위한 전략이지만 내용을 따져보면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 후보도 직접 555 공약에 대해 “임기 내에 도달할 수치는 아니다”라며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인정했다.



반면 현실화된 정책은 하나같이 ‘기업 옥죄기’ 법안이나 자신의 핵심 공약인 기본 시리즈를 실현하기 위한 법안들로 채워지고 있다. 지난 11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노동이사제를 포함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의결됐다. 문재인 정부가 100대 국정 과제로 올려 임기 내내 추진하려고 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던 법안이 이 후보가 정기국회 내 처리를 당부한 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일사천리로 국회 문턱을 넘었다. 강성 노조의 이사회 진출은 시기상조라는 재계의 목소리는 끝내 외면받았다. 경영 마비 상태까지 우려했지만 이 후보의 ‘하명 입법’에 여당은 법안 처리에 속도를 냈다. 이 후보는 12일 10대 그룹 최고경영자(CEO)를 만난 자리에서는 CEO들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우려를 내놓자 “중대재해법 적용은 쉽지 않다. 걱정 말라”고도 했지만 보완 입법에 대한 약속은 없었다.

‘하명 입법’은 대체로 이 후보의 기본 시리즈를 만족하는 법안들로 빼곡하다. 최근에는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 주주대표소송 추진과 관련한 ‘수탁자 책임 활동 지침’ 개정안을 상정한 것도 기업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우려된다. 개정안이 의결되면 소송 남발로 기업 경영이 크게 위축되고 ‘연금사회주의’ 논란은 더 커질 공산이 크다. 말 그대로 이 후보가 ‘우측 깜빡이’를 켜면서도 실제는 ‘좌회전’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곡예 운전’이라는 비판까지 내놓고 있다. ‘정책의 유연성’이라고 치켜세우며 한발 물러선 국토보유세는 슬그머니 ‘토지이익배당제’라는 이름으로 바꿔 실시하겠다고 다시 드라이브를 걸고 철회를 선언한 전 국민 재난지원금도 군불을 때며 대선 이전에 지급 가능성을 열어두자 혼선 그 자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재명(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2일 서울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에서 산업 분야 정책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권욱기자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돌아선 민심을 다잡기 위해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가 추구해온 가치를 거부하고 우클릭을 구사하지만 구체적으로 보면 부동산 정책에 한정되고 실상 노동 개혁 등은 빠진 ‘좌클릭’을 고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전통적인 지지층과 중도 확장을 동시에 추진하다 보니 좌우 변칙 전술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전술은 앞서 이 후보가 서울경제와 진행한 인터뷰에서도 확인된다. 그는 “먹고사는 문제만큼 중요한 게 없다”며 “국민 입장에서는 가치와 이념이 중요하지 않고 자기 삶을 개선해주는 게 중요하다. 경제를 살리는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2021년 12월 10일자 1·4·5면 참조

경제 대통령이 속 빈 말잔치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 후보는 대기업 CEO를 만나고 5·5·5 성장을 공언하기에 앞서 당장 국회의 기업 옥죄기 법안에 선제적인 대응부터 해야 할 때라는 얘기다.
송종호 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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